모든 프로세스는 CPU를 필요로 하고 모든 프로세스는 먼저 CPU를 사용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프로세스들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CPU 자원을 할당하기 위해 운영체제는 어떤 프로세스에 CPU를 할당할지, 어떤 프로세스를 기다리게 할지를 결정한다.

이렇게 운영체제가 프로세스들에게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CPU 자원을 배분하는 것을 CPU 스케쥴링(CPU scheduling)이라고 한다. CPU 스케쥴링은 컴퓨터 성능과도 직결되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다. 프로세스들에게 현명하게 CPU를 배분하지 못하면 반드시 실행되어야 할 프로세스들이 실행되지 못하거나, 당장 급하지 않은 프로세스들만 주로 실행되는 등 무질서한 상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 프로세스 우선순위

우리가 운영체제라고 가정해보자. 당장이라도 실행할 수 있는 준비 상태인 프로세스들이 서로 먼저 CPU를 이용할 거라며 우리들을 졸라대고 있다. 이때 프로세스들에게 공정하게 CPU를 배분하려면 어떻게 해야될까?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 봤을 때 CPU를 사용하고 싶어하는 프로세스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CPU를 이용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즉, “CPU를 사용하고 싶어요!”라고 먼저 말한 프로세스 순서대로 CPU를 이용하게 하는 방법이다. 언뜻 들으면 합리적인 방식인 것 같지만, 사실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 이유는 프로세스마다 우선순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순위가 높은 프로세스란 빨리 처리해야 하는 프로세스들을 의미한다. 우선순위가 높은 프로세스에는 대표적으로 입출력 작업이 많은 프로세스가 있다. 입출력 작업이 많은 프로세스를 먼저 실행하는 것이 왜 더 효율적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일반적인 프로세스가 어떤 과정을 거치며 실행되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대부분의 프로세스들은 CPU와 입출력장치를 모두 사용하며 실행된다. 달리 말하면 프로세스는 실행 상태와 대기 상태를 반복하며 실행된다. 예를들어 워드 프로세서는 CPU를 사용하여 명령어를 실행하고, 사용자로부터 입력받은 내용을 보조기억장치에 저장하고, CPU를 사용하여 명령어를 실행하고, 사용자가 입력한 내용을 화면에 출력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실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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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프로세스 종류마다 입출력장치를 이용하는 시간과 CPU를 이용하는 시간의 양에는 차이가 있다. 비디오 재생이나 디스크 백업 작업을 담당하는 프로세스와 같이 입출력 작업이 많은 프로세스도 있고, 복잡한 수학 연산, 컴파일, 그래픽 처리 작업을 담당하는 프로세스와 같이 CPU 작업이 많은 프로세스도 있다. 전자를 입출력 집중 프로세스(I/O bound process)라고 하고, 후자를 CPU 집중 프로세스(CPU bound process)라고 한다. 입출력 집중 프로세스는 실행 상태보다는 입출력을 위한 대기 상태에 더 많이 머무르게 된다. 반대로 CPU 집중 프로세스는 대기 상태보다는 실행 상태에 더 많이 머무르게 된다.

<aside> 🗒️ CPU 버스트와 입출력 버스트

CPU를 이용하는 작업을 CPU 버스트(CPU burst)라고 하고, 입출력장치를 기다리는 작업을 입출력 버스트(I/O burst)라고 부른다. 즉, 프로세스는 일반적으로 CPU 버스트와 입출력 버스트를 반복하며 실행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입출력 집중 프로세스는 입출력 버스트가 많은 프로세스, CPU 집중 프로세스는 CPU 버스트가 많은 프로세스라고 정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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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 집중 프로세스는 CPU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프로세스이고, 입출력 집중 프로세스는 그렇지 않은 프로세스인데, CPU 집중 프로세스와 입출력 집중 프로세스가 모두 동일한 빈도로 CPU를 사용하는 것이 비합리적이다.

CPU 집중 프로세스와 입출력 집중 프로세스가 동시에 CPU 자원을 요구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경우 입출력 집중 프로세스를 가능한 한 빨리 실행시켜 입출력장치를 끊임없이 작동시키고, 그 다음 CPU 집중 프로세스에 집중적으로 CPU를 할당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입출력장치가 입출력 작업을 완료하기 전까지는 입출력 집중 프로세스는 어차피 대기 상태가 될 예정이기 때문에 입출력 집중 프로세스를 얼른 먼저 처리해 버리면 다른 프로세스가 CPU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럿듯 모든 프로세스가 CPU를 차례대로 돌아가며 사용하는 것보다 각각의 상황에 맞게 CPU를 배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상황에 맞게, 그리고 프로세스의 중요도에 맞게 프로세스가 CPU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운영체제는 프로세스마다 우선순위(priority)를 부여한다. 운영체제는 각 프로세스의 PCB에 우선순위를 명시하고, PCB에 적힌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먼저 처리할 프로세스를 결정한다. 그렇게 자연스레 우선순위가 높은 프로세스는 더 빨리, 더 자주 실행된다.

<aside> 🗒️ 프로세스 우선순위 직접 확인하기

우선순위가 높은 대표적인 프로세스는 입출력 작업이 많은 프로세스이지만, 이외에도 우선순위가 높은 프로세스로는 실시간 프로세스, 일부 백그라운드 프로세스 등 다양하다. 어떤 프로세스의 우선순위가 높고, 어떤 프로세스의 우선순위가 낮은지 직접 확인해보자. 유닉스, 리눅스, macOS 등의 유닉스 체계 운영체제에서는 ps -el 명령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nice 명령을 통해 일부 프로세스의 우선순위를 변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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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에서는 Process Explorer라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우선순위 확인과 변경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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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스케쥴링 큐

PCB에 우선순위가 적혀 있다고는 하지만, CPU를 사용할 다음 프로세스를 찾기 위해 운영체제가 일일이 모든 프로세스의 PCB를 뒤적거리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CPU를 원하는 프로세스들은 한 두개가 아니고, CPU를 요구하는 새로운 프로세스는 언제든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CPU 자원에만 국한된 상황이 아니다. 메모리에 적재되고 싶어하는 프로세스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고, 특정 입출력장치와 보조기억장치를 사용하길 원하는 프로세스도 여러 개가 있을 수 있다. 운영체제가 매번 일일이 모든 PCB를 검사하여 먼저 자원을 이용할 프로세스를 결정하는 일은 매우 번거로울뿐더러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래서 운영체제는 프로세스들에 ‘줄을 서서 기다릴 것’을 요구한다. CPU를 사용하고 싶은 프로세스들, 메모리에 적재되고 싶은 프로세스들, 특정 입출력장치를 사용하고 싶은 프로세스들을 모두 줄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운영체제는 이 줄을 스케쥴링 큐(scheduling queue)로 구현하고 관리한다.

즉, 운영체제는 메모리로 적재되고 싶은(새로 생성되는) 프로세스들을 큐에 삽입하여 줄을 세우고, CPU를 이용하고 싶은 프로세스들 또한 큐에 삽입하여 줄을 세우고, 특정 입출력장치를 이용하고 싶은 프로세스들 역시 큐에 삽입하여 줄을 세운다.

운영체제가 관리하는 대부분의 자원은 이렇듯 큐로 관리된다. 그래서 운영체제가 관리하는 줄, 즉 큐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대표적인 큐로 준비 큐와 대기 큐가 있다. 준비 큐(ready queue)는 CPU를 이용하고 싶은 프로세스들이 서는 줄을 의미하고, 대기 큐(waiting queue)는 입출력장치를 이용하기 위해 대기 상태에 접어든 프로세스들이 서는 줄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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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상태에 있는 프로세스들의 PCB는 준비 큐의 마지막에 삽입되어 CPU를 사용할 차례를 기다린다. 운영체제는 PCB들이 큐에 삽입된 순서대로 프로세스를 하나씩 꺼내어 실행하되, 그중 우선순위가 높은 프로세스를 먼저 실행한다.

우선순위가 낮은 프로세스들이 먼저 큐에 삽입되어 줄을 섰다고 할지라도 우선순위가 높은 프로세스는 그들보다 먼저 처리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높은 우선순위를 가진 프로세스는 마치 VIP와도 같다. 이처럼 프로세스들로 하여금 줄을 세우면서 동시에 높은 우선순위부터 실행하는 구체적인 방식은 다음 강의에서 다루도록 하자.

대기 상태에 있는 프로세스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장치를 요구한 프로세스들은 같은 대기 큐에서 기다린다. 예를 들어 하드 디스크 사용을 요구한 프로세스는 하드 디스크 대기 큐에서 입출력 작업이 완료되기를 기다리고, 프린터 사용을 요구한 프로세스는 프린터 대기 큐에서 입출력 작업이 완료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입출력이 완료되어 완료 인터럽트가 발생하면 운영체제는 대기 큐에서 작업이 완료된 PCB를 찾고, 이 PCB를 준비 상태로 변경한 뒤 대기 큐에서 제거한다. 당연히 해당 PCB는 준비 큐로 이동한다.

10장에서 배운 프로세스 상태 다이어그램을 기억하나요? 운영체제가 유지하는 여러 큐에 대해 알았다면 프로세스 상태 다이어그램을 아래와 같이 조금 더 세밀하게 완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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